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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마 / 와이즈베리 본문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진보와 보수, 문제는 프레임이다 (10주년 전면개정판)
저자 조지 레이코프 / 와이즈베리 / 페이지 318
2004년 미국에서 초판이 나온 후 내용을 보충해 와이즈베리에서 새롭게 출간된 베스트셀러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인지언어학의 창시자 조지 레이코프가 정치 언어의 힘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입니다.
개정판에서는 프레임 구성의 이론과 적용 문제를 기본적으로 설명한 다음, 쟁점의 프레임을 활성화한 이후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프레임 전쟁에서 졌다면 왜 졌는지 그 이유를 짚은 내용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우리 뇌는 상당 부분 무의식적인 신념을 근거로 행동한다 합니다. 무의식을 의식으로 끌어올리는 것과 무엇이 인간의 사회적, 정치적 행위를 결정하는지 연구한 조지 레이코프는 가장 중요한 뇌 구조를 마음의 관점에서 연구해 그것을 '프레임'이라는 용어로 나타냅니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입니다. 우리의 상식은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이고 자연스러운 추론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러한 추론은 우리의 무의식적 프레임에서 나온다 해요.
프레임이란 개념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면 이 사례를 접하면 단박에 이해될 겁니다. 프레임은 언어를 통해 인식됩니다. 우리가 어떤 단어를 들으면 우리 뇌 안에서 그와 관련된 프레임이 활성화되는데 문제는 부정할 때에도 활성화된다는 데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마음의 작용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는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라는 문장을 들었을 때 그 순간 우리는 이미 코끼리를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은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사회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때 새로운 프레임은 새로운 언어로, 다르게 생각하려면 기존의 프레임과 다르게 말해야 하는 겁니다. 기존의 프레임을 가져다 쓰면 닉슨이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그가 사기꾼이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되어버립니다.
이걸 보수주의자들은 그동안 오랜 세월에 거쳐 잘 확립시켜놨습니다. 실수를 저지르는 진보주의자들은 그저 사실만을 나열하고 진실을 알려주면 사람들이 옳은 결론에 도달할 거라 예측합니다. 하지만 사실일지언정 우리 두뇌 안의 프레임으로 납득이 안 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진실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어떻게 가난한 사람이, 보수 정당의 정책이 자기에게 큰 해를 끼치는데도 그 정당에 투표할 수 있지? 의아스럽겠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입니다.
엄격한 아버지상의 보수주의자와 자상한 부모상의 진보주의자로 대비해 설명하는데 보수주의자들은 그들의 사고방식이 나라를 다스리는 올바른 방법이라 믿고 있습니다. 도덕적이라 여기기도 하고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책은 보수와 진보가 움직이는 방식을 이야기 하고 있기에 이 책을 읽으면 이제 우리는 프레임의 작동 방식과 그걸 이용하는 정치권의 사정을 알게 되는 셈입니다. 이걸 옳은 방향으로 옮기려면 결코 만만찮은 작업이긴하지만, 일단 인식할 준비는 하게 되지요.
보수주의자들은 프레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지금 연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짚어보세요. 연금이란 개념을 보수주의자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급여로, 진보주의자는 지연된 급여로 봅니다. 연금은 분명 지연된 급여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뒤흔들지 않고 그저 슬로건으로만 외쳐봤자 우리의 프레임이 재구성되지 않습니다. 그게 가능하려면 지속적인 공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해요. 그저 선거철에 반짝 하는게 아니라.
선거 이야기가 나오니 두 세계관을 모두 가진 상당수의 이중개념 소유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네요. 선거철에 이 집단을 잡으려고 난리니까요. 프레임에 맞는 언어를 하지 않는 한 자기편으로 끌고 오지 못합니다.
실제 내 주변의 보수주의자를 응대하는 방법도 나오는데 재밌네요. 상대의 언어를 부인하지 말고 프레임을 재구성하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상대의 언어를 반복할수록 우리는 그 프레임을 활성화하니까요. 사실을 이야기하며 그 사실이 상대편의 주장과 모순된다고 아무리 말해봤자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프레임을 재구성한다는 말 자체는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책에서 실제 예시를 들어 설명하니 가치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프레임 재구성이란 의미가 수월하게 이해됩니다.
미국 정치를 배경으로 하지만 한국 정치 상황에도 지침 역할을 하는지라 초판이 나왔을 때도 당시 정치권에서 붐이 일었던 책인데, 그동안 진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세금 폭탄이란 말을 노무현 정권 때 한나라당에서 쓰기 시작한 이후 담뱃값 인상까지, 증세 없는 복지가 허구인 이유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한 번 읽고 덮을 책은 아니네요. 일단 프레임 싸움이란 게 이런 거구나, 정치판이 이렇게 돌아가는 거였구나 라는 걸 인식하게 되고, 이후 반복해서 들여다보면 언어를 무기로 삼은 프레임 싸움에서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보수주의자의 프레임 유지는 미디어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거라 쉽게 우리의 프레임이 바뀌진 않거든요. 손석희는 그래서 기자들이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고 책임감 있게 유기적 인과관계를 논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거대한 정치판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사회이자 미래와 연결되어 있기에 교묘한 은유 일색으로 치장한 프레임의 음모에는 빠져들지 않는 게 중요하겠지요. 아무리 훌륭한 명분이 있어도 결국 프레임 싸움이란 것을 알면 말 한마디 잘못 사용해서 일을 거르치는 것은 줄어들 거라 믿습니다. 정치판뿐만 아니라 개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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