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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 장석주의 시 읽기 / 현암사

인디캣 2016. 6. 21. 11:04

 

 

- 시로 빚어진 불행은 의미로 충만하면서 찬란하고, 여기저기 함부로 널린 행복은 누추해 보인다. -

 

 

 

 

진짜 삶을 위해 사유하며 존재에 대한 시인의 고뇌가 담긴 시.
시에는 불행을 머금은 삶의 흔적이 머물러 있습니다. 어떤 시는 온몸으로 힘쓰는 사생결단으로, 어떤 시는 힘을 빼는 오체투지로 말이지요.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책은 시 129편을 소개하는데 단 한 줄, 찰나의 문장만을 소개합니다.
저자 장석주 시인은 시 전편이 아닌 그저 짧은 시어만으로도 어마어마하게 사유의 꼬리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속된 말로 '좀 짱인데?' 싶을 정도였어요.  

장석주 시인의 글만으로도 찰나의 문장이 쉽게 이해되면서 시 전편을 한번 읽어보고 싶게 만들기도 합니다. 반면 제 배경지식이 부족한 부분에선 낯설게 다가오거나 이해가 잘 안 되는 것도 있긴 했었어요. 평소 시 읽기에 젬병이었기도 하고요.

 

 

 

임팩트 있는 구절을 음미할수록 자연, 사물에서 심오한 무언가를 읽어내는 시인의 눈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시인의 영혼은 싸움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치열했던 사유의 흔적이란 걸 깨닫는 순간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고독, 허상, 난관, 절망... 이런 고통 속에서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불가능한 꿈을 안고 흐르는 삶을 결국 견디지 못한 시인도 있습니다.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는 있다. 산다. 죽는다. 그럼에도, 사랑한다 라는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슷한 주제를 놓고 작품을 비교해 음미할 수 있기도 합니다. 덧없음을 이야기할 때 김주대 시인의 <가차 없이 아름답다>시에서는 빗방울 하나에서 그것을 발견해내고, 정호승 시인의 <어느 소나무의 말씀>에서는 밥과 돈으로 비유합니다.

 

 

 

고인이 된 국내외 시인의 작품들은 물론 젊은 시인의 시까지 소개합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시인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기도 했고, 처음 만나는 시인도 있었어요.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아흔 살 넘어 시 쓰기 시작해 100세를 눈앞에 두고 첫 시집을 펴낸 시인이라고 해요.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다."며 약해지지 말라는 힘과 용기를 준 삶의 위로를 노래한 시인입니다.

 

 

 

 

"시작보다 의미가 바닥난 끝들이 부쩍 많아지는 것은

노화의 시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시간 빈곤의 징후다.

이때 심리적 위축도 함께 일어난다."

 

 

 

어느 순간부터 달곰함보다 아픔을 머금은 시에 더 찌릿하는 걸 보면 행복과 불행이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긴 하구나 싶기도 해요. 지독한 슬픔이 느껴지는 시는 되려 우울함을 더하는 것 같아 피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을 이젠 공감해보고 싶어집니다.
유안진 시인의 <비 가는 소리>에서 말한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것처럼 삶을 살아내는 데 있어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되새겨 보며 소중함과 절실함의 의미도 생각하게 됩니다.

 

 

장석주 시인의 시 읽는 법을 볼 수 있는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시인의 사유가 농축된 시어에 초점을 맞춘 그의 시 읽기, 독특했어요. 

내 마음을 유난히 뒤흔드는 문장은 무엇이고 왜 그런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책정보]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 저자 장석주 / 현암사 / 출간 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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