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리뷰] 인디캣책곳간 (117)
인디캣책곳간
지금까지의 사노 요코 작가 에세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책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사노 요코 작가의 첫 에세이집인데다가 40대라는 나이에서 볼 수 있는 나름 젊은 감성이 담긴 글이었어요. 2010년 암으로 사망 이후 국내 출간된 에세이가 많아서인지 그동안은 사노 요코 할머니가 바라본 인생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그녀의 유년 시절 에피소드를 많이 만날 수 있답니다. 감성적이다가도 철학적 사유가 느껴지고 그러다 가끔은 방정맞은 경험까지. 이번 책에서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지긋한 나이대가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여유는 덜하지만, 한편 불안과 고민이 뒤섞인 40대의 이미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노 요코 작가는 4차원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편에서는 외국 생..
사랑을 기억하고 그리움을 간직한 이라면 공감할만한 책 . 네이버 그라폴리오 스토리픽 Top3에 등극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작품이 책으로 나왔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지나며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그림과 글의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파리와 비라는 주제가 센티멘털한 감정과 잘 들어맞는 느낌이에요. 은 비와 관련한 기억 한 조각들이 모여있습니다. 이 비가 그치면 따스한 봄이 올 것 같은 봄비처럼 비와 함께 사랑이 시작됩니다. 현재진행형 사랑이 아닌 기억 속의 사랑. 얼굴은 가물거려도 지워지지 않는 그녀의 향기처럼 그의 그림에는 사랑의 잔향이 은은하게 남아있습니다. 물을 머금은 붓자국이 비라는 소재와 무척 어울려요. "그대도 아직 비를 좋아하나요? 비는 내가 유일하게 그대를 만..
세계문화 전문가 조승연 작가의 열아홉 번째 책, 플루언트. 기대 이상이었어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솔직히 조승연 작가처럼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가지길 바랄 텐데 영어 공부할 때도 인문학을 버무려 잘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책입니다. 에서는 영어가 무엇이고 왜 필요하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그전에 영어공부의 걸림돌 5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실천할만한 기술적인 주요 내용은 보통 책 중반 이후에 나오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동서양인은 생각의 순서가 서로 반대이고, 영어는 모자라는 표현을 보충하려고 단어를 꼬아버리고, 직관적인 한국어에 비해 추상적인 영어이고, 영어의 주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주어의 의미가 아니고, 같은 단어라 해도 모양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
, 구병모 작가의 신작 소설 . 인공 로봇이 나오는 소재여서 조금 가볍게 생각했다가 눈물 뚜욱~ 감동 한가득 받은 소설입니다. 미국으로 건너간 아들을 몇 개월 전 사고로 잃은 세탁소 주인 명정. 생전 아들이 회사에서 샘플로 만든 무엇인가가 택배로 도착하는데 바로 사람을 꼭 닮은 인간형 로봇이었어요. 17세 아시아인을 모델로 한 로봇. 열일곱 살 무렵의 아들이 생각나는 바람에 로봇을 버리거나 기증하기도 힘들어 은결이란 이름을 붙이고 가족처럼 데리고 삽니다. 구병모 작가 특유의 경쾌한 유머감각을 엿볼 수 있어요. 엄청 비싼 이 로봇을 세-탁-. 옷 수거하는 데 부려먹네요 ^^ 기초 설정이 완료되면 외부 자극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스스로 판단하는 자동 프로그래밍. 스스로 학습하며 인간 세상에 익숙해져가는 은결. ..
양치기라는 단어가 주는 목가적인 분위기만큼이나 사실 너무 잔잔한 분위기의 책은 아닐까 싶었는데, 제임스 리뱅크스 저자의 글이 생각 외로 유쾌해서 무척 즐겁게 읽은 책입니다. 그저 새하얀 양만 떠오르는 수준이었던 제가 이제는 다양한 품종의 양들이 있고, 저마다 독특한 색깔과 생김새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우리나라 목장 형태만 생각하다가 대자연에서 방목하는 엄청난 스케일의 목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인 영국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겨우 4만 3,000명의 주민이 있는 곳이지만, 방문 외지인은 연간 1,600만 명에 이 지역에 관한 책도 많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본 그곳 이야기가 아닌 흙을 일구며 발 디디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관심 밖이었어요. 사람들은 '야생..
치매를 앓는 여든두 살 할머니 모드. 좀 전의 일을 기억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집니다. 단기 기억이 없지만, 기억을 못한다는 것 자체는 아직 인지하는 수준입니다.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내가 이미 물어봤구나, 겪었구나, 무슨 일이 일어나긴 했구나 정도는 파악하죠. 집안 곳곳과 주머니엔 항상 뭔가를 적어둔 메모가 가득합니다. 10분의 기억력을 가진 남자가 메모와 문신이란 방법으로 기억하는 영화 메멘토에서처럼 할머니 모드 역시 기억을 붙잡을 메모가 필수입니다. 무슨 말과 행동을 하다가도 찰나의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할머니. 그때마다 최대한 기억을 짜내보려고 하는데 다른 건 다 잊어도 한 가지만은 바로 기억해냅니다. 바로 친구 엘리자베스가 실종되었다는 것을요. 엘리자..
"인생과 그 밖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상자가 하나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상케하는 첫 문장. 이 상자는 바로 27층 아파트를 지칭합니다. 인생 자체를 담고 있는 상자라는 표현이 멋지네요. 아파트 건물의 청춘을 기록한 짧은 연대기인냥 시작하는 . 이어 27층 발코니에 놓인 어항 속 금붕어 이언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금붕어는 지금 작은 어항에서 탈출해 추락 중입니다!!! 스토리상 54장에 가서야 일어나는 일인 금붕어 탈출기를 왜 앞에서 먼저 이야기하는지 친절히 언급합니다. 브래들리 소머 작가는 금붕어 이언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겼습니다. 소설은 이언이 27층에서 추락하면서 지나는 층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거든요. 금붕어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한데 이어주는 연결고리입니다. 금붕어에 관한 고찰에서는 철학..
남무성, 볼륨 줄이기 세상과 소통하기 - 한잔의 칼럼. 술 한잔 앞에 두고 너털너털 대화하는 느낌을 주는 책. 남무성 작가의 책으로 록의 역사를 배우면서 방대한 지식에 감탄했었는데, 에서는 음악 인생을 사는 그의 소박한 일상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일상이 그다지 변화무쌍한 게 아니어서 사소한 찰나를 되새겨 보는 정도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 책 속에서 한잔의 칼럼에서는 음악 인생, 어제와 오늘의 일상, 전원생활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풀어놓고 있어요. 묵직한 주제보다는 한잔 술로 털어버리면 될 이야기들입니다. 남무성 작가의 이력을 보면 참 다양하게 음악 인생을 누리고 있구나 싶어요. 재즈 월간지 편집장, 공연기획, 음반 프로듀서, 재즈 카페 운영,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만화가, 작가.....
임신 맘과 생후 20개월까지의 영유아 맘이라면 필독서! 엄마를 위한 황금 조언이 가득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육아서 의 실천 편이 나왔어요. 은 아이 성장 발달에 관한 질문과 답변, 관찰 기록을 할 수 있는 워크시트로 구성되어 아주 실용적인 책입니다. 내 아이의 최고 전문가는 바로 부모입니다. 프란스 X. 프로에이 박사는 무엇보다 관찰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내 아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부모의 조건입니다. 1부 부모 클리닉에서는 출생부터 생후 20개월까지 아이 발달에 대한 궁금증을 Q&A로 알려주고, 2부 실전에서는 놀이하고 연습하며 세계를 발견해나가는 시기별 발달을 돕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봅니다. 부모 클리닉에서는 신체, 정신, 정서 발달과 더불어 수면, 울음, 영양, 지능 등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 사..
표지 보면서 어머어머~! 웹툰은 고양이 만화 위주로 선보였던 북폴리오 출판사에서 SM 만화 나왔다는 말에 대~~박! 싶었는데 정말 대박이네요. 그림체도 맘에 들고 스토리가 짱짱해요. 명령받거나 지배받는 것을 좋아하는 M 성향 모범사원 지후와 지극히 평범한 취향을 가진 지우의 로맨틱 코미디 만화 . SM 소재를 다룬 웹툰인데도 정말 유쾌하게 재밌답니다. SM에 관한 일반적인 룰을 알려주고 있어 낯설다는 정도의 기분이었을 뿐, 전혀 거북하지 않았어요. 겨울 작가가 세세하게 신경 쓴 부분이라 생각 드네요. 우연히 직장 동료에게 은밀한 취향을 들켜버린 지후. 이름이 지후와 지우. 비슷한 탓에 택배 사고가 나버렸네요. 지후는 변태로 오해받을까 노심초사하지만, 지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쿨한 모습을 보입니다. 지..